『로마인 이야기』는 일본 작가 시오노 나나미가 15년에 걸쳐 집필한 대작으로, 고대 로마의 기원부터 멸망까지 방대한 역사를 풀어낸 역사 에세이입니다. 국내에서도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으며 많은 독자들에게 고대 로마사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킨 작품입니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히 재미만으로 끝낼 수 없는 여러 가지 문제의식을 동반합니다. 이번 글은 ‘로마사 입문서로서의 매력’, ‘비판받는 서사와 역사관’, 그리고 ‘작가의 사상과 독서 태도’라는 세 가지 관점으로 『로마인 이야기』를 분석해보고자 합니다.
로마사를 흥미롭게 풀어낸 입문서, 소설처럼 읽히는 역사
『로마인 이야기』의 가장 큰 장점은 ‘재미’입니다. 마치 소설처럼 쉽고 생생한 문체는 로마사를 처음 접하는 독자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게 만듭니다. 저 역시 어린 시절, 어머니께서 "요즘 필수 교양서라더라"며 사주신 덕분에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시리즈를 모아가며 완독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한니발 전쟁과 율리우스 카이사르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묘사는 긴장감 넘치게, 인물의 매력은 풍부하게 전달하여, 역사서보다는 흥미진진한 전쟁 소설을 읽는 듯한 몰입감을 줍니다.
특히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완벽한 사람으로 표현합니다. 재미도 있고 매력도 있지만, '지나친 편애가 아닌가?'하고 느껴질 정도로 입니다. 시오노 나나미는 인물의 매력을 극대화하여 캐릭터 중심의 이야기를 이끌며, 실제 역사적 맥락보다 인물 서사에 집중하는 구조로 글을 씁니다. 그래서 로마사를 쉽고 재미있게 이해하고 싶은 독자에게 로마인 이야기는 매력적인 입문서 역할을 충분히 합니다.
찬양인가 미화인가? 로마 중심주의와 제국주의 시선
그러나 책을 읽으며 점점 생겨난 찜찜함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작품 전체에 흐르는 강한 로마 중심주의, 제국주의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 로마를 이상화하는 서사는 독자로 하여금 비판적 독서를 요구합니다. “로마인은 노예를 인간적으로 대했다”는 식의 주장은 일반화의 오류일 수 있으며, 마치 전성기 로마가 유토피아였던 것처럼 서술하는 점은 역사적 사실의 맥락을 놓치게 만듭니다.
대학생 시절, 나와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며 공감하게 된 사실은, 『로마인 이야기』가 단순한 역사서라기보다는 일종의 ‘로마 찬가’에 가깝다는 점입니다. 일부는 이 책이 일본이 과거의 제국주의를 로마에 투영해 미화한 것이며, 그로 인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 일면 내로남불처럼, “우리가 하면 제국주의도 아름답다”는 사고방식이 은연중에 드러나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역사 입문서로서 또는 로마사를 대중화시킨 사례로서 충분한 역할을 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역사서들이 고대로 가면 갈수록 승리자의 역사관이 많이 담길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특히나, 역사의 내용이 어떠한 특정 사상이나 목적을 가지고 쓰인다면 사실이지만 왜곡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역서사는 맹목적으로 수용하기보다는 그 안에 담긴 역사 인식과 메시지를 비판적으로 살피는 태도가 필요하고 이 로마인 이야기를 더 확실한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작가의 사상과 독서자의 책임, 역사책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재미있는 글을 쓴다고 생각한 시오노 나나미 작가에 대한 충격은 그녀의 사적 발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위안부에 대해 “상냥한 표현이다”라는 망언, 네덜란드 여성 관련 위안부 문제를 “유럽과의 관계를 위해 숨겨야 한다”라고 언급한 사실은 제가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제국주의 옹호에 대한 의심을 확신으로 바꿔주었습니다. 저는 작가에 대해서 역사 왜곡을 넘어 기본적 윤리의식에도 의문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이었던 『로마인 이야기』에서 느꼈던 제국주의적 감각... 확실히 그녀의 사상이 투영된 결과였다고 확신합니다.
책은 저자와의 대화입니다. 그리고 대화는 동의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어떤 책이든 읽는 이의 비판적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로마인 이야기』처럼 역사를 다루면서도 명확한 시각을 가진 책일수록 독자는 자기만의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흔히들 말하는 책에서 얻을 것은 얻되, 선을 넘는 역사관이나 편향된 해석은 분별할 줄 알아야 하는 것입니다.
여전히 시오노 나나미의 책을 여전히 읽습니다. 최근에는 『십자군 이야기』도 읽고 있습니다. 여전히 재미있고 흥미롭게 책을 씁니다. 그리고 여전히 편향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것이 라이트한 '역사'가 아닌 ‘소설’이라는 전제 하에 읽습니다. 역사라기보다는, 작가가 만들어낸 한 편의 역사 드라마로서 감상합니다. 언젠가 진짜 로마사를 다시 읽고 싶을 때는 독일의 고전 역사서인 『몸젠의 로마사』에 도전해보려 합니다. 『로마인 이야기』는 재미만 있는 책입니다. 그러나 그 재미를 넘어서기 위해, 우리는 더 깊은 공부와 사유가 필요합니다.
-웃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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