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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2

비정규직 매니저! 호불호가 심한 이유(서사, 개연성, 반복)

by 독서광(진) 2025.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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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은 그 특성상 독자마다 기대하는 바가 확연히 다릅니다. 장르, 서사 방식, 캐릭터 구축, 현실성 여부 등에서 각기 다른 취향을 지닌 독자들이 존재하기에, 하나의 작품이 모두에게 인정받기는 쉽지 않습니다. 자카예프 작가의 「비정규직 매니저」는 이처럼 뚜렷한 호불호를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연예계라는 특수한 배경, 환상적 요소를 부여한 설정, 그리고 반복적인 구원 구조는 어떤 이에게는 몰입 요소로, 어떤 이에게는 이탈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저는 킬링타임용으로 쉽게 볼 수 있는 소설이었습니다. 

서사 구조에서 오는 괴리감 : 캐릭터 vs 설정 (색깔 능력 중심)

「비정규직 매니저」의 가장 눈에 띄는 설정은 주인공 박주혁이 ‘인연의 빛’을 색깔로 보는 능력을 갖췄다는 점입니다. 이 능력은 단순한 판타지적 도구가 아닌, 사건 해결과 인물 판단의 핵심 기준으로 작동합니다. 노란색은 무조건적인 도움의 인연, 주황색은 조건부 인연, 빨간색은 적대적 관계, 검정은 악의적인 감정 등으로 구분되며, 이후 황금색과 흰색 같은 치트키급 인연까지 등장하게 됩니다. 소설의 장치로서 이 설정은 흥미롭습니다. 사람을 만나는 일도 많은 저같은 경우에는 현실에서 가지고 싶은 능력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이 능력은 주인공의 행위 동기를 외부에 의존하게 만듭니다. 즉, 자신이 주체적으로 결정하기보다 ‘무슨 색이 보이느냐’에 따라 사람을 도와주거나 관계를 맺는 방식으로 서사가 흘러갑니다. 이는 독자로 하여금 캐릭터의 인간성과 감정선에 깊게 몰입하지 못하게 만드는 요인이 됩니다. 감정이 아닌 시스템에 따라 움직이는 캐릭터는 쉽게 피로감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대와 현실을 토대로 쓴 글에서는 능력을 쓴다하더라도 공감대를 세울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아야 되는데 능력 중심이되면 공감대가 쉽게 떨어집니다.

하지만 반대로, 이러한 도식화된 구조는 빠른 진행과 쉬운 이해를 가능하게 합니다. 한 회차에 하나의 사건, 하나의 인연을 다룬다는 점에서 웹툰처럼 ‘스낵형 콘텐츠’에 익숙한 독자층에게는 맞춤형 서사로 볼 수 있습니다. 가볍게 시작했다가 몰입하게 되는 구성은 분명한 장점입니다. 저도 쉽고 가볍게해서 끝까지 읽게 되었습니다.

연예계 판타지 장르의 경계 : 개연성 vs 재미

웹소설의 연예계 판타지는 흔히 ‘현실을 반영하되 이상적으로 각색’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하지만 「비정규직 매니저」는 이 균형에서 ‘현실성’을 대폭 희생하는 쪽을 택합니다. 주인공은 인턴임에도 불구하고 상사의 말을 무시하고 독단적인 판단으로 걸그룹을 런칭하며, 극단적으로 말도 안 되는 설정(예: 300만 원으로 곡, 안무, 보컬까지 해결)을 자연스럽게 전개합니다.

곡은 자칭 천재 작곡가가 길거리에서 외치던 노래를 사는 방식으로 해결되고, 안무가는 피아노 치러 갔다가 우연히 만난 사람의 소개로 세계적 인물을 섭외하게 됩니다. 여기까지는 판타지라 감안할 수 있다 해도, 방송 출연을 막는 임원을 피해 FD와 친분을 쌓은 후, 방송 PD가 음주 사고를 내도록 유도하고 그 자리를 대신 채워 방송에 출연하게 되는 전개는 다소 충격적입니다.

이러한 설정은 현실적으로는 용납될 수 없는 비도덕성과 법적 문제를 안고 있으며, 이를 그대로 서사에 녹여내 독자의 몰입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비정규직’이라는 약자 위치의 주인공이 현실의 권력과 부조리에 맞서 이기는 구조를 통해 일종의 판타지적 해방감을 선사합니다. 이는 '개연성보다 쾌감'을 우선하는 독자들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인 요소입니다.

반복 구조의 쾌감, 그리고 한계

「비정규직 매니저」는 구조적으로 에피소드형 전개를 따릅니다. 연예계에서 실패하거나 상처를 입은 인물을 구원하고, 인연을 맺고, 다시 떠나는 방식이 반복됩니다. 이러한 구성이 주는 안정감은 있지만, 동시에 "이야기가 도돌이표 같다"는 피드백을 받기도 합니다.

초반에는 이 구조가 빠른 몰입을 유도하지만, 중반부 이후에는 문제 해결 방식이 지나치게 유사해지며 긴장감이 사라지기도 합니다. 특히 주인공의 내부 갈등이나 철학, 방향성에 대한 서술이 부족하다 보니, '주인공은 왜 계속 이 일을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독자 스스로 해석해야만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다양한 인물과 변수를 넣으려는 노력을 합니다. 각 에피소드마다 악역의 패턴이나 해결 방식이 달라지며, 후반부에서는 단순 구원 구조에서 벗어나 추리소설 같은 '간접적 해결-역할 간 연쇄 연결' 방식으로 변화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A 문제 해결을 위해 B 인물을 돕고, B로 인해 C 문제가 해결되며, 결과적으로 A가 정리되는 방식입니다.

이런 점은 복잡하고 서사 중심적인 소설을 선호하는 독자에게는 재미를, 단순한 전개를 원하는 독자에게는 혼란을 줄 수 있습니다. 결국 「비정규직 매니저」의 반복 구조는 작가의 의도와 한계, 그리고 독자의 관점에 따라 전혀 다르게 평가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작품은 개연성이나 현실성보다는 강한 설정과 '속 시원한 해결'이라는 판타지적 쾌감에 집중한 구조입니다. 비정규직이라는 위치에서 권력에 저항하고 연예인을 구원한다는 서사는, 현실의 갑질과 구조적 폭력에 지친 독자에게 대리만족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설정과 전개 방식이 독자 전부에게 통하지는 않습니다. 취향에 따라 깊은 이입을 하거나, 중도 하차하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저는 아마 오디오북으로 듣고 몰입해서 보는 것보다 매일 조금씩 나눠서 읽어서 완독을 할 수 있었던 것 같기도합니다

그래도 비정규직의 힘! 힘있는 비정규직을 전문직이라고 하는 글의 소개처럼 쾌감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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