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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2

아린 이야기 3부 마지막 이야기 (차원이동, 왜곡, 열린 결말)

by 독서광(진) 2025. 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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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소설이라 벌써 4번째 글이 올라오는 《아린 이야기》는 3부에서 기존 시리즈의 줄거리나 캐릭터 중심 전개를 벗어나, 형식과 장르를 해체하는 작가의 극단적 실험의 장으로 변모합니다. 기존 1, 2부에 근간이 되었던 드래곤으로서의 정체성, 동료들과의 유대, 그리고 목적을 따라가는 구조는 3부에는 모두 파기되고, 아린은 ‘차원 이동자’라는 새로운 존재가 됩니다. 하지만 새롭지 않습니다. 오히려 3부의 급격한 전환은 충분한 개연성 없이 전개되며, 독자들에게 혼란과 피로감을 동시에 안겨줍니다. 3부는 줄거리 요약 자체가 쉽지 않은 구조적 혼종이며, 전통적 소설 형식을 완전히 벗어난 구성으로 인해 해석과 평가가 극단적으로 갈립니다.

파편화된 현실: 명확한 줄거리 없는 차원이동

3부에서 아린은 더 이상 하나의 고정된 세계에 속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차원의 경계를 넘나들며, 이름조차 명시되지 않은 수많은 세계들을 짧게 스쳐 지나갑니다. 각 세계는 극도로 축약된 설정만 제시된 채 빠르게 사라지고, 그 안의 인물들과의 관계 역시 얕게 형성된 채 종료됩니다. 줄거리는 아린이 ‘이동한다’는 행위 자체에 중점을 두고 구성됩니다. 그러나 이 이동의 목적, 이유, 또는 상징은 명확히 제시되지 않습니다. 한 세계에서는 신화적 존재로 떠받들어지고, 다른 세계에서는 이방인으로 추방당하며, 어떤 세계에서는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존재합니다. 이처럼 줄거리라기보다는 ‘파편화된 장면의 연속’에 가까운 3부의 구성은, 독자에게 서사적 목적의식을 잃게 만듭니다. 기존 등장인물들이나 설정은 일절 등장하지 않으며, 아린은 완전히 새로운 규칙 속에서 의미 없는 반복을 수행하는 존재로 묘사됩니다. 사실 이쯤 되니까 읽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생각나는 대로 쓰다가 더 이상 생각이 안 나면 대충 마무리 짓고 새로운 세계로 가는 느낌이었습니다.

기억의 모순과 시간의 왜곡

《아린 이야기》 3부에서 가장 특징적인 요소는 시간의 선형성 자체가 무의미해진다는 점입니다. 아린은 세계를 이동할수록 기억의 일부를 상실하거나,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경험하게 됩니다. 작중에서 독자는 아린이 언제의 아린인지, 그녀가 기억하는 세계가 과연 실제로 존재한 것인지조차 확신할 수 없습니다. 어떤 장면에서는 아린이 스스로를 ‘누군가의 환영’이라 부르며, 자신의 존재가 실존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암시합니다. 이러한 시간과 기억의 왜곡은 기존 독자들에게 매우 낯선 방식의 전개입니다. 거창하게 말하면 작가는 ‘플롯 기반 서사’가 아니라 ‘철학적 독백과 설정 파편의 나열’이라는 기준을 가지고 서사를 만들어냅니다. 일반적으로 말하면 더 이상 생각하지 않고 써지는 대로 그냥 쓰고 퇴고를 안 했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3부의 전개 방식은 아린이라는 캐릭터의 정체성을 본질적으로 해체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더 이상 아린은 ‘레드 드래곤’, ‘먼치킨 여주인공’, 혹은 ‘이세계 환생자’가 아닙니다. 그녀는 존재 그 자체를 의심받는 존재로 전환되며, 어떤 세계에서는 인간, 어떤 세계에서는 사념, 심지어 다른 장면에서는 독자가 읽고 있는 ‘소설 속 아린’ 그 자체로도 등장합니다. 이는 명백한 메타 서사의 시도입니다. 아린은 독자와 작가 사이의 중간층에 놓인 존재처럼 묘사되며, 자신의 존재 이유를 묻는 대사들을 남깁니다. 예: “나는 이 이야기를 끝내기 위해 만들어졌는가?”, “내가 멈추는 순간, 이야기도 끝나는가?”와 같은 문장은 작품이 더 이상 단순한 장르물에 머물지 않으려 한다는 야심을 드러냅니다. 이런 철학적이거나 형이상학적인 주제를 충분히 설득력 있게 풀어내지 못한 채 던져지는 설정은, 오히려 아린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애정마저 흐릿하게 만듭니다. 작가가 뭔가 회의를 느끼거나 너무 몰입을 했거나, 아니면 중, 고등학생 등 나이 어린 작가라 사춘기에 빠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종결 없는 결말: 열린 결말조차 허락되지 않은 마무리

《아린 이야기》 3부의 마지막은, 명확한 결말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일반적인 의미의 ‘열린 결말’과도 다릅니다. 사건의 중심축도, 인물의 변화도, 세계의 미래도 그 어떤 방향도 주어지지 않습니다. 독자는 마지막 문장에서조차 그 장면이 환상인지, 현실인지조차 확신할 수 없습니다. 일부 해석에 따르면, 마지막 장면은 아린이 존재했던 모든 세계의 파편들이 붕괴하며 흩어지는 장면이며, 이는 아린이 ‘이야기 자체의 붕괴’를 받아들이는 순간으로 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해석일 뿐, 작가는 의도적으로 단 하나의 결말도 독자에게 제공하지 않습니다. 이처럼 극단적인 비결말성은 수많은 팬픽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아린이 다시 이전 세계로 돌아갔다는 설정, 원래의 드래곤 영혼에게 밀려났다는 해석, 혹은 아린이라는 인물이 아예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는 메타픽션까지, 팬들은 다양한 결말을 창조하며 ‘공식의 빈틈’을 메우려 노력했습니다. 결과적으로 3부는 원작 자체로는 미완성적이지만, 팬덤의 창작 기반으로는 가장 활발한 원천이 되었습니다.

《아린 이야기》 3부는 일반적인 독자층에게는 서사 붕괴와 혼란, 정체성 상실이라는 키워드로 요약되는 실패작으로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완성도 있는 이야기를 기대했던 독자에게는 명백한 실망이었지만, 서사의 문법을 다르게 바라보려는 독자나 창작자에게는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제공한 ‘열린 텍스트’였습니다. 여러분의 아린이야기는 어떻게 끝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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