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에서 휴게소 키우기』는 제목 그대로 아포칼립스 세계에서 ‘휴게소’를 거점으로 생존해나가는 참신한 콘셉트의 생존물입니다. 갑자기 세상의 모든 시스템은 몸추고 일부 사람들이 좀비로 변하는 상황에서 게임 시스템을 현실로 실현할 수 있게된 주이공 진수가 폐허가 된 세상 속에서 휴게서를 중심으로 세상을 발전시켜 나가는 스토리입니다. 전통적인 아포칼립스물의 긴장감과 함께, 건물 성장형 시스템물의 성취감을 결합한 이 소설은 독특한 소재, 예상 가능한 전개 속 의외의 인간 드라마까지 잘 어우러진 작품입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맨 마지막에 적도록 하겠습니다.
1. 시스템 능력으로 살아남는 주인공, 그리고 진짜 ‘쉘터(방공호)’
주인공 진수는 출장 중 ‘점곡휴게소’에 들렀다가, 괴현상과 함께 아포칼립스의 한가운데로 던져지게 됩니다. 하지만 그는 우연히 자신이 하던 모바일 게임 <휴게소 키우기>의 능력을 현실에서 쓸 수 있게 됩니다. 이 게임은 휴게소에 다양한 시설을 설치하고 발전시키는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인데, 진수는 그 능력을 활용해 점곡휴게소를 안전하고 자원이 풍부한 생존 거점으로 바꿔 나갑니다.
게임 속 오브젝트를 현실에 소환해 구조물과 방어시설을 만들고, 식음료 판매기부터 전기시설까지 차례차례 설치하며, 점차 휴게소는 하나의 자급자족 쉘터가 됩니다. 이 설정은 아포칼립스 세계관에 생존 시뮬레이션 게임을 얹은 형태로, 익숙하면서도 신선한 느낌을 줍니다. 특히 ‘알감자’, ‘호두과자’, ‘맥반석 오징어’ 같은 현실적인 아이템이 생존 음식으로 활용되는 묘사는 위트와 몰입감을 동시에 전달합니다.
2. 인간성 가득한 아포칼립스물, 흔한 싸이코 주인공은 없다
이 작품이 특이한 지점은, 흔히 아포칼립스물에서 자주 등장하는 ‘싸패형 주인공’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진수는 인간적인 선을 지키며 생존자들을 도우려 노력하는 주인공입니다. 물론 이타주의로만 움직이지는 않습니다. 사람을 더 많이 받아들일수록 시스템적으로 자원이 늘어나는 구조이기 때문에, 구조 행위 또한 전략적으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도 인간성은 유지되고, 필요 이상으로 사람을 착취하거나 도구화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마트를 점거하고 있었던 깡패 무리가 등장하는데, 이들도 단순한 악역이 아닙니다. 약간의 폭력성은 있지만, 마트 주민을 구울에게서 지켜내고, 최소한의 생존 질서를 유지하려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후 주인공의 휴게소로 합류한 후에도 권력 욕심은 있지만 우위를 인정하며 행동하는 모습이 현실적인 인간 군상을 보여줍니다. 전통적인 선악구도 대신, 다양한 인물의 욕망과 행동 양태를 합리적으로 풀어내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또한 아포칼립스 초기라는 점에서 인간성이 완전히 붕괴되지 않은 세계가 묘사되며, 독자는 ‘이제 막 시작된 생존극’을 지켜보는 시점에서 긴장감과 기대를 동시에 느낄 수 있습니다. 인간 군상, 협상, 분배, 갈등 등이 현실적으로 전개되며, 캐릭터 간의 감정선도 무겁지 않으면서도 충실히 그려집니다.
3. 아포칼립소 물 + 시스템 물 + 익숙한 클리셰 = 안정적인 킬링타임
이 작품은 전형적인 시스템물의 구조를 충실히 따릅니다. 게임 속 능력을 현실에서 활용해 시설을 확장하고, 괴물을 물리치며 성장해나가는 흐름은 익숙합니다. 그러나 그 익숙함 속에 기발한 장치를 넣어 색다른 재미를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괴물의 약점을 현실 세계의 상식으로 유추할 수 있게 설정하거나, 독자가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전개되면서도 중간중간 작가의 상상력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 배치됩니다. 작품의 필력은 평균 이상이며, 전체적으로 개연성은 안정적인 편입니다. 주인공은 고구마 없는 스타일로 시원시원하게 행동하고, 개그 요소는 강하지 않지만 텐션이 떨어지지 않아 킬링타임용으로 적합합니다.
다만 일부 독자는 작품 중후반부에 등장한 휴게소 외에 다른 것들을 키우는 설정에 대해 몰입을 깼졌다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휴게소’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의 생존이라는 콘셉트가 흔들렸기 때문이고 이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지점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후 나오는 놀이동산이나 해수욕장, 섬, 도시까지 키우게 되면서 비슷하지만 다른 몬스터 몰이사냥 등의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하기도 했습니다.
휴게소가 점점 번듯해지는 재미가 있고, 아포칼립스물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요소들을 갖추고 있습니다. 휴게소를 키워 생존한다는 신선한 세계관과, 인간성을 잃지 않는 주인공, 그리고 위협 속에서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흐름은 장르물 독자들에게 안정적인 만족감을 줍니다.
『아포칼립스에서 휴게소 키우기』는 현실적인 인간 군상, 시스템적인 성장을 통한 생존 전략, 그리고 낯설지만 흥미로운 ‘휴게소 경영’이라는 설정이 어우러진 생존물입니다. 아포칼립스 장르를 즐기는 분들이라면, 꼭 한 번 체크해볼 만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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