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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2

황제의 검 2부 (영계, 파천, 신)

by 독서광(진) 2025.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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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검 2부 영계편

 

『황제의 검』 2부는 무림에서 신계로 세계관을 확장시키며 판타지와 철학, 종교적 상징을 통합한 독특한 작품입니다. 1부에서 무림을 평정한 파천이 이제는 영계와 마계를 배경으로, 신화적 존재들과 벌이는 싸움 속에서 인간을 넘어선 존재로 거듭나는 과정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정체성, 운명, 진리의 본질을 주제로 삼으며, '광명'이라는 절대 진리를 향한 여정은 독자에게 철학적 사유와 상상력을 동시에 요구합니다.

1. 파천, 인간을 넘어 신으로 향하다

『황제의 검 2부』의 시작은 1부의 종결 직후, 무림 최강자로 자리잡은 파천이 이제 ‘일월교’의 배후에 있던 ‘마계’의 실체와 마주하게 되는 데서 출발합니다.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상대할 수 없는 마황 루시퍼의 강력한 힘 앞에서 파천은 참담한 패배를 맛보게 되며, 일시적으로 죽음의 문턱에까지 다다릅니다.

하지만 파천은 영계의 ‘수호자’에 의해 구출되고, 자신이 아직 닿지 못한 ‘광명’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시작합니다. 이는 곧 신적 존재로 진화하기 위한 내면의 여정이기도 합니다. ‘원령체’의 형성과 ‘천부경’에 대한 이해는 단순한 힘의 획득이 아닌, 세계의 질서를 보는 통찰력을 의미합니다. 파천은 점차 ‘스스로 존재하는 자’들과 맞서 싸울 수 있는 존재로 거듭나며, 기존의 인간적 한계를 하나씩 벗어던집니다.

그의 여정은 수많은 장애물과 시험으로 가득합니다. 무한계, 중간계, 생명의 뜰을 지나며 다양한 종족과 신적 존재들을 만나게 되고, 각기 다른 철학과 이념, 신화적 배경 속에서 스스로의 본질과 사명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특히 ‘멘탈붕괴’에 빠졌을 때, 파천은 자신이 영계의 혼란을 초래한 원인 중 하나라는 자각에 빠지며, 깊은 고뇌와 성찰을 겪게 됩니다.

2. 수많은 존재들과의 갈등, 그리고 진리의 탐색

2부는 명확한 악역과의 전투보다는 철학적 갈등과 이념의 충돌이 중심이 됩니다. 메타트론, 카오스, 키케로, 옛용, 수호자 등 다양한 신적 존재들이 등장하며, 이들 간의 관계와 갈등은 인간사회의 전쟁이나 음모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예컨대, 신이 인간을 창조했으나 신의 권위에 도전하려는 자들, 옛용과 같은 존재들이 등장하면서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 구도는 무너지고, ‘절대 진리란 무엇인가’에 대한 탐구가 주요 서사가 됩니다. 영계는 단순히 환상의 세계가 아니라, 진리를 향한 이념의 실험장으로 기능하며, 파천은 그 중심에서 균형을 이루려는 사명을 짊어지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파천은 루딘족의 현자, 이사벨의 오빠 마르코와 같은 존재, 메테우스의 탑에서 만난 수호자, 그리고 무한계의 핵심 지점인 ‘생명의 뜰’에서 조우한 다양한 인물들과 대화를 나누며, 점점 더 많은 영적 지혜와 전투 기술을 흡수해 갑니다. ‘팬텀 드리블’과 같은 기술적 화려함이 아닌, 내면의 조화와 세계의 순리 그 자체를 구현하는 존재로 거듭나는 것이 이 시기의 파천입니다.

3. 대서사 속 결말의 아쉬움과 의미

결국 파천은 ‘천부경’의 원리를 완전히 이해하고, ‘광명’이라는 진리를 손에 넣게 됩니다. 그 힘으로 그는 마황 루시퍼를 비롯한 마계의 침공을 되돌리고, 세계를 원래의 상태로 복원합니다. 시간조차 되감으며 마계의 침공을 없던 일로 만든 이 결말은, 신적 존재로서의 파천의 위상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독자에게 허탈함을 안겨주기도 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치열한 전투와 복잡한 관계망 속에서 쌓아온 모든 이야기가 ‘시간 복원’이라는 한 마디로 무화되는 듯한 전개였기 때문입니다. 독자들은 파천의 신격화 과정을 지켜보며, 보다 감정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결말을 원했지만, 결말은 다소 추상적이고 철학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또한 작가가 설정한 수많은 인물들, 특히 ‘일곱 별’의 정체나 ‘스스로 존재하는 자들’의 명확한 서사는 끝내 설명되지 않았고, 일부 서사는 ‘어차피 알게 될 것’이라는 말로 흐려져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결과적으로 『황제의 검 2부』는 철학적 상징과 설정의 무게에 비해 스토리의 밀도와 감정 이입 면에서 완성도가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황제의 검 2부』는 무협 장르를 벗어나 거대한 우주적 판타지, 신화적 서사를 추구한 야심찬 작품입니다. 다만 그 거대한 세계관에 비해 서사적 완결성, 인물 간 감정선의 밀도는 아쉬움을 남깁니다. 기존 독자들에게는 낯선 설정과 긴 설명의 연속으로 인해 몰입도가 떨어졌습니다. 1부의 큰 성공으로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 작가가 해보고 싶은 이야기를 하면서 인간에서 신으로의 진화를 그리고자 했고 동양 사상과 서양의 종교적 세계관을 합치고자 했던 작가의 욕망과 야망을 볼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데 몰입하는 바람에 다른 사람들이 바라보는 것은 보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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