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이 하이!는 일본 체조 금메달리스트 ‘모리스에 신지’가 원안을 제공하고, 만화가 키쿠타 히로유키가 작화를 맡아 <소년 선데이>에서 1994년부터 2000년까지 연재된 장편 스포츠 만화입니다. 총 34권 완결로, 국내에서도 대원미디어를 통해 전권이 정식 출간되었으며, 1997년 쇼가쿠칸 만화상(소년 부문)을 수상할 정도로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인정받은 작품입니다.
이 만화는 체조라는 대중적이지 않은 스포츠를 중심으로, 평범한 중학생이 세계 무대를 꿈꾸며 성장해 가는 전형적인 ‘왕도 스포츠물’ 구조를 따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한 클리셰가 아닌 실제 체조 선수의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깊이 있는 연출과, 현실적이면서도 감동적인 서사로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서 체조에 대해서 꽤나 자세히 알 수 있었고 코믹한 요소들도 많아서 지금도 가끔 찾아 있는 만화입니다.
체조에 눈뜬 소년, 후지마키 쥰의 비상
작품의 주인공 ‘후지마키 쥰’은 평범한 중학생으로, 특별한 체격이나 운동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꿈을 품고 체조부에 입부합니다. 체조에 대한 이해도나 기초도 없이 입부하자마자 실전 대회에 출전해 1.00이라는 최저 점수를 받으며 굴욕을 맛보지만, 그것이 그의 체조 인생의 시작점이 됩니다.
이후 레이코와의 관계 속에서 동기부여를 얻고, 학교 체조부의 실정과 안드레아노프 코치의 ‘즐거운 체조’ 철학을 접하면서 그는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기 시작합니다. 철봉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점차 체조부의 중심이 되고, 고교 1학년 시절에는 국가대표에 발탁되어 아시아 체조 선수권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이끌어냅니다.
이후 메이쿄 대학에 진학한 후 시드니 올림픽 대표로 선발되며, 철봉 단체전과 개인전 모두에서 금메달을 따는 대활약을 펼치게 됩니다. 단체전에서는 기적의 10점 만점 연기를 선보이며 일본 팀의 우승을 이끌고, 철봉 개인전에서도 2관왕에 오르며 꿈을 실현시킵니다. 이는 체조라는 낯선 스포츠 속에서도 ‘노력과 도전’을 통해 이뤄낼 수 있는 성장 서사로서, 독자에게 큰 감동을 안겨줍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어렸을 때도 '평범한 사람'이 노력과 도전을 통해서 성공하는 스토리를 좋아하는 이유는 '나도 노력과 도전을 하면 저렇게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계속적으로 투영되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평범한 주인공은 없고 숨겨진 천재였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저는 만화라서 빠른 스토리를 위해서 빠르게 노력과 도전의 결과를 보여준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만화책만큼 제 인생에서도 빠른 결과가 있으면 좋겠지만 천천히 꾸준히 노력하며 기다리고 있습니다.
현실성과 박진감을 동시에 담아낸 체조 묘사
『플라이 하이!』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바로 리얼한 체조 묘사입니다. 단순히 경기 장면을 묘사하는 수준을 넘어서, 체조 기술의 구조와 난이도, 선수들의 몸놀림, 훈련과 부상의 위험성까지 디테일하게 그려냅니다. 작가 모리스에 신지가 실제 체조 선수 출신이라는 점은 작품 전반에 걸쳐 전문성과 사실감을 더해주며, 허황된 묘사가 아닌 실제 체조계에서 나올 법한 이야기로 몰입감을 높입니다.
작중에서 등장하는 ‘후지마키1, 2, 3’과 같은 오리지널 기술이나, 철봉의 ‘로체 1/2 틀기’ 기술 등은 이후 실제 국제무대에서 구현되기도 했으며, 일부 기술은 현실화 가능성을 예견했다는 점에서 ‘예언의 만화’로 회자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시드니 올림픽에서 일본 팀이 우승하는 전개는, 후속 아테네 올림픽에서의 일본 남자 체조팀 우승과 겹쳐지며 일본 언론에서도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그에 못지않게 뛰어난 것은 작화입니다. 키쿠타 히로유키의 그림체는 캐릭터는 단순하고 귀엽게 그리지만, 체조 동작에 있어서는 굉장한 정밀도와 박력, 다이내믹함을 보여줍니다. 특히 철봉, 평행봉, 도마 등의 공중 연기를 묘사하는 컷에서는 중력을 무시하는 듯한 역동감이 돋보이며, 실제 경기 영상을 보는 듯한 리얼함을 전달합니다. 이는 체조라는 종목의 난이도와 아름다움을 동시에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여담으로 이 만화책을 처음 볼 때가 중학생 때였던 것 같은데 몇몇 기술은 운동장에 설치된 체조 관련 도구나 체육시간에 설치된 도구를 이용해서 따라 해 보곤 했는데 학년이 올라가고 고등학교 때만 되더라도 무서워서 따라 하는 것조차 어려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감동적인 성장스토리이지만, 글 구성의 한계
『플라이 하이!』는 감정적으로 풍부하고 성장 서사로 감동을 주는 스포츠 만화입니다. 그러나 일부 캐릭터들의 서사 비중이 낮고, 관계성이나 감정선의 구축이 다소 단편적이라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후지마키 쥰과 평성 중학교 바보 3인방은 기억에 남지만, 그 외 캐릭터들은 입체적으로 구성되지 못하고 지나치게 기능적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특정 기술이나 능력이 갑작스럽게 등장하거나, 타임라인이 점프하는 등 스토리 전개상 약간의 서사적 비약도 존재합니다. 이는 극의 흐름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으며,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자세’와 ‘실패를 딛고 나아가는 의지’는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작품 후반부에서는 후지마키가 과거 자신의 기록을 넘어서기 위해 노력하고, 후배들이 그의 뒤를 따르며 새로운 기술들을 연습하는 모습이 등장합니다. 이는 체조계가 기술의 한계를 넘으며 발전해 간다는 메시지를 보여주는 장치이자, 후지마키 쥰이라는 인물이 단순한 주인공을 넘어 하나의 ‘이정표’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려낸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플라이 하이!』는 체조라는 생소한 종목을 정통 스포츠 소년 만화의 형식으로 풀어낸 수작입니다. 현실적인 기술 묘사, 주인공의 도전 서사, 그리고 일본 체조계의 부흥이라는 메시지가 삼위일체가 되어 독자에게 진한 감동을 줍니다. 완성도 높은 체조 장면과 현실적이면서도 이상적인 성장 이야기를 찾는 독자라면 반드시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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