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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4

레위기 (율법, 제사, 거룩)

by 독서광(진) 2025. 6.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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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위기』는 성경의 세 번째 책으로, 출애굽 직후 광야 시내산에서 하나님께서 모세를 통해 이스라엘 백성에게 전하신 율법과 규례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특히 하나님과 백성 간의 관계, 제사 제도, 정결법, 절기, 사회적 정의와 같은 내용을 담고 있으며, 하나님이 거룩하시기에 그 백성도 거룩하라는 내용을 반복적으로 강조합니다. 『레위기』는 단순한 옛 율법서가 아니라, 현대의 신앙인에게도 경건한 삶과 공동체 윤리에 대한 통찰을 제공하는 살아 있는 말씀입니다.

1. 다섯 가지 제사 제도와 그 의미

『레위기』 1장부터 7장까지는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께 드려야 할 다섯 가지 주요 제사 제도를 설명합니다. 각 제사는 고유의 목적과 절차를 가지고 있으며,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 공동체 질서 유지, 죄 사함, 감사 표현 등의 다양한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번제는 하나님께 드리는 전적인 헌신을 상징하며, 제물을 모두 불태워 드리는 제사입니다. 소제는 곡물을 드려 수확과 일상의 감사의 뜻을 나타냅니다. 화목제는 하나님과의 화해와 공동체 간의 친교를 강조하며, 제물을 일부 나누어 함께 먹는 특징이 있습니다. 속죄제는 부지중에 범한 죄를 위한 제사로, 정결함을 회복하는 기능을 하며, 속건제는 이웃에게 손해를 입혔을 경우 보상과 함께 드리는 제사로 공동체 회복의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이 다섯 제사는 단순한 의식이 아닌 하나님과의 언약 관계 유지, 죄의 자각과 회개, 감사와 헌신의 실천을 삶으로 표현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특히 이 제사들은 공동체 안에서의 정의와 화해를 강조하며,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의 거룩하신 뜻에 따라 살아가도록 유도하는 기능을 담당했습니다. 제사는 죄를 해결하는 방법이었지만 영원히 해결되는 방법이 아니었습니다. 매번 제사를 드려야 하는 상황을 통해서 인간은 스스로 죄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여실히 느꼈을 것입니다. 결국 제사는 예수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부활 그리고 승천하심으로 끝이 나게 됩니다. 매번 해결하는 것이 아닌 영원히 죄를 해결하는 방법이 시작되었습니다. 

2. 일상 속 정결과 거룩함의 윤리

『레위기』는 하나님이 거룩하시기에 그분의 백성 또한 거룩해야 한다는 핵심 원칙을 강조합니다. 11장부터 20장까지는 거룩함의 실천, 즉 일상생활 속에서 지켜야 할 정결법과 윤리 규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11장에서는 먹을 수 있는 짐승과 먹지 못할 짐승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합니다. 이는 단순한 식이법이 아닌, 이방 민족과 구별되는 거룩한 식생활의 상징입니다. 12장은 출산 후의 정결 의무, 13~14장은 나병과 같은 전염성 질병과 피부병에 대한 진단과 격리 및 정결 예식, 15장은 유출에 관한 정결 규례 등 위생적, 사회적, 종교적인 의미를 함께 담고 있습니다.

18장과 20장은 성적 윤리에 관한 강한 경고가 나옵니다. 근친상간, 간음, 동성애, 수간 등의 행위를 명확히 금지하고, 이러한 윤리 규범을 지키는 것이 거룩함을 유지하는 길임을 명확히 합니다. 19장에서는 ‘네 이웃을 네 자신같이 사랑하라’는 구절이 등장하며, 윤리적 삶의 정점으로 삼습니다. 이는 단지 개인의 도덕성을 넘어서 공동체 전체의 영성과 정의를 요구하는 말씀입니다.

레위기의 이러한 규례들은 당시의 문화와 환경 안에서 실질적인 위생과 사회적 질서를 유지할 뿐 아니라, 무엇보다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구별된 삶’을 실현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현대 독자에게도 이 원칙은 ‘하나님 앞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강한 메시지를 줍니다.

3. 절기, 속죄일, 희년 – 회복과 쉼의 제도

『레위기』는 또한 이스라엘 공동체가 해마다 지켜야 할 절기와 제도들을 통해, 하나님 중심의 시간 관리를 하도록 명령합니다. 23장에서는 유월절, 무교절, 초실절, 오순절, 나팔절, 속죄일, 초막절 등 주요 절기를 소개하며, 이는 이스라엘 백성의 신앙적 리듬을 형성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가장 중심이 되는 절기는 속죄일(욤 키푸르)입니다(16장). 이 날 대제사장은 일 년에 단 한 번 지성소에 들어가 백성 전체를 위한 속죄를 집행합니다. 두 마리의 염소 중 한 마리는 하나님께 제물로 바쳐지고, 다른 하나는 ‘아사셀’이라 불리며 광야로 보내어 백성의 죄를 멀리 보낸다는 상징적 행위가 이루어집니다. 이는 단순한 제사 이상의, 공동체 전체가 죄와 구별됨을 재확인하고 거룩함을 새롭게 하는 날이었습니다.

25장에는 안식년과 희년이 등장합니다. 매 7년마다 밭을 쉬게 하는 안식년, 그리고 7×7년 후 50년째가 되는 해는 희년으로 선포되어 모든 종이 자유를 얻고, 팔린 땅은 원래 주인에게 되돌아갑니다. 이는 사회 구조 안에서의 리셋(reset) 장치로, 하나님의 공의와 자비, 경제적 정의를 구현하는 제도였습니다. 현대 사회에서도 이러한 제도는 불균형 해소와 공동체 회복을 위한 중요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레위기』는 단지 율법적 제재를 내리는 책이 아닙니다. 오히려 치유와 회복, 균형과 쉼을 하나님의 은혜 안에서 실현하려는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된 책이며, 시간과 공간, 사람 사이의 조화를 통해 하나님 나라의 모형을 보여주는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레위기』는 종종 딱딱하고 난해한 율법서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그 안에는 하나님의 성품, 공동체의 질서, 인간의 거룩함에 대한 깊은 뜻이 담겨 있습니다. 번잡한 세상 속에서도 거룩하게 살아가야 할 신앙인들에게, 하나님과의 관계를 다시 돌아보게 하고, 삶 속의 거룩함을 추구하게 만드는 이 책은, 시대를 초월한 영적 기준이자 신앙의 나침반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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