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영지 설계사》는 ‘영지물’이라는 익숙한 장르 안에서 신선한 접근법을 시도한 작품입니다. 기존 영지물이 전쟁, 권력, 정통 마법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면, 이 작품은 현대 토목공학이라는 현실 기반의 지식을 활용해 몰락 위기의 영지를 구해내는 특별한 전개를 선보입니다. 주인공 김수호가 이 세계의 망나니 귀족 로이드 프론테라로 빙의하며 벌어지는 이야기 속에서, 설계, 시공, 분양이라는 현실적인 키워드들이 판타지 세계에 접목되어 몰입감과 재미를 동시에 선사합니다. 지극히 현실적인 소재이지만, 판타지적 요소인 마법, 이종족, 천사, 악마 같은 요소들도 있어서 지루함 없게 전개됩니다. 저는 영지물, 영주가 주인공인 소설도 좋아하는 편이라 제목에서 일단 호감이 생겨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현실에서 이세계로, 공학 지식이 만든 역전극 (토목공학)
김수호는 현대 대한민국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하던 평범한 대학생입니다. 어느 날 밤새 읽던 판타지 소설 속 인물인 '로이드 프론테라'로 빙의되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로이드는 남작가의 망나니 장남으로, 원래 소설의 흐름대로라면 집안은 멸망할 운명에 놓여 있었습니다. 그러나 김수호는 현대에서 배운 전문 지식을 활용하여 영지의 위기를 정면 돌파하려 합니다.
도로를 깔고, 건물을 설계하며, 영지를 분양하는 주인공의 행보는 기존의 판타지에서는 보기 어려운 현실적인 전략입니다. 특히 ‘부동산 개발’이라는 개념이 도입되면서 영지물이라는 장르 안에 경제, 도시계획, 사회 기반시설이라는 구조적 요소가 자연스럽게 녹아듭니다. 이러한 점은 단순히 마법과 칼이 난무하는 세계가 아니라, 시스템적으로 발전하고 변모하는 영지의 성장 이야기를 가능케 합니다. 이처럼 김수호의 노력은 단순한 생존이 아니라 ‘재건’이라는 테마로 이어지며, 작품은 단단한 서사와 논리를 갖춘 건설형 판타지라는 독보적인 색깔을 완성합니다.
이런 유의 소설을 볼 때 항상 생각하는 건 많은 것을 배우고 알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내가 만약 저렇게 빙의가 된다면 현재 내가 가진 지식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지금 하는 일에 조금 더 집중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캐릭터와 케미, 그리고 실용적인 환상종 (하비엘, 환상종)
《역대급 영지 설계사》의 주인공이 매력적인 이유는 단순히 똑똑하기 때문만이 아닙니다. 그는 공정함과 전략성, 그리고 사람을 끌어당기는 유쾌한 성격을 겸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주인공이 못생겼다, 악마적이다라는 특징이 가진 특별한 소설입니다. 다만 안 좋아 보이는 주인공의 특성들이 일처리를 하는데 꽤나 유용하다는 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특히 그와 함께하는 등장인물들 역시 스토리에 활기를 불어넣습니다.
대표적인 조력자는 ‘하비엘 아스라한’이라는 은발의 절세미남 기사입니다. 극 중 이 소설의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초반에는 로이드를 한심하게 여기지만, 점차 그를 이해하고 신뢰하면서 두 사람 사이엔 브로맨스가 피어납니다. 티격태격하는 장면에서는 웃음을, 함께 위기를 돌파할 때는 감동을 줍니다. 하비엘의 김수호를 향한 속마음이 은근히 재미와 감동을 줍니다.
뿐만 아니라, 이 작품에는 ‘환상종’이라 불리는 특이한 생명체들이 등장합니다. 이들은 귀엽기만 한 마스코트가 아니라, 실제로 건설과 개발에 필수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땅을 파는 햄스터형 뽀동이, 철근을 배설하는 방울이, 물을 흡수하고 방출하는 하망이, 거미줄을 생산하는 꼬밍이 등 각기 다른 능력을 지닌 존재들이 주인공의 프로젝트에 실질적인 도움을 줍니다. 이런 설정은 작품의 세계관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며, 판타지와 현실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빠른 전개와 신선한 시선, 영지물의 진화 (건설형 판타지)
《역대급 영지 설계사》는 총 408화로 완결된 장편임에도 불구하고, 느슨한 전개나 지루함 없이 빠른 호흡을 유지합니다. 매 회차마다 위기 상황이 등장하고, 김수호는 이를 현명하게 돌파해 나가서 읽으면서 굉장한 쾌감을 느꼈습니다. 단순히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결하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읽는 재미가 배가됩니다.
기존 영지물이 군사력 강화나 귀족 간의 암투에 집중했다면, 이 작품은 설계, 개발, 분양 등 사회 인프라 구축에 중점을 둡니다. 단순한 판타지를 넘어, 실제 도시 시뮬레이션 게임을 연상케 하는 이 설정은 지식형 주인공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강한 만족감을 줍니다. 종종 댓글에 토목공학을 모르는 작가의 상상이라는 표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공서적이 아니라 소설로 읽기에는 딱 좋은 소재인 것 같습니다.
마지막 결말 또한 깔끔하게 마무리됩니다. 김수호가 왜 로이드로 빙의했는지를 풀어주는 외전까지 포함되어 있어, 독자들은 이야기의 끝에서 깊은 여운과 완성도를 느낄 수 있습니다.
《역대급 영지 설계사》는 토목공학이라는 현실 기반 전문지식과 판타지의 세계가 조화를 이룬 독특한 영지물입니다. 탄탄한 서사와 빠른 전개, 입체적인 캐릭터, 귀엽고 유용한 환상종들이 만들어낸 하이브리드 매력은 장르 팬은 물론 초심자에게도 추천할 만합니다. ‘토목이 이렇게 재밌을 줄 몰랐다’는 말을 듣고 싶은 분께, 이 작품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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